자유계시판/인문학

봄은 또 오고

환오 2021. 4. 2. 14:08

4부 헌법, 인문학 그리고 신학(神學)

 

12, 봄은 또 오고

323, 오늘쯤에는 진달래가 활짝 피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아침 먹고 서둘러 산으로 향했다. 이 무렵이면 내 마음은 온통 진달래가 다 차지해 버려, 내 마음이 내 것이 아니니 한 시도 지체할 수 없다. 카푸치노를 준비해야 되는데, 카페가 오후에 문을 열기 때문에 그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할 수 없이 가는 도중에 마트에 들으니 마침 컵에 포장된 기성 카푸치노가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산길로 접어들자 주변 땅에는 누렇게 말라버린 지난 잎을 밀쳐내고, 힘차게 솟구쳐 올라오는 새싹들의 넘쳐나는 힘이 느껴진다.

길고 또 길게만 느껴졌던 1년이 드디어 지나가고, 진달래를 다시 마주하게 되다니 정말 꿈만 같다.

이렇게 진달래를 좋아하는 내 마음이지만 정작 우리가 만났을 때의 내 마음은 그것의 10분의 1도 표현해 내지를 못하여 항상 아쉬움을 남긴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생각하고 또 생각한 끝에 카페라테 한 잔을 들고 갔던 것이다. 그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이번에도 카푸치노 한 잔을 들고 가게된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고작 차 한 잔만으로 내 마음 전부를 표현해 내기는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든다.

진달래를 좋아하는 내 마음을 온전히 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진달래를 기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숲에 들어오자 숲의 파릇파릇한 식물들과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듯 새롭게 펼치는 활기찬 생기와 숨결이 느껴진다. 이것이 자연을 움직이는 자연의 생명력, 바로 자연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인 것이다. 원하기만 하면 나는 이들로부터 마음대로 에너지, 영양분을 받을 수 있다.

새싹이나 산새들처럼 자연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은 선()하게 살 줄 밖에 모른다. ()하게 살아가는 것이 눈에 보일 때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어서 자연에는 아름다움이 많은 것이다. 아니, 아름다움뿐이라고 봐야 한다.

그들은 또 각기 특성에 맞게 살아가기 때문에 그에 따라 만 가지의 아름다움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만 가지의 아름다움이 있는 자연은 선과 악이 섞여 살고 있는 도시보다는 배울 것이, 얻을 것이 많다. 인간이 어떻게 아름답게, 인간답게 살 것인지를 자연이 가르쳐주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에 사람이 자연에서 얻는 것 없이 도시에서 음식만으로 영양분을 섭취하며 살아간다면 균형이 깨어져 살만 찔 수밖에 없다. 자연을 모르고 살아간다면 그들은 결국 먹이만 먹고 살만 찌는 비육우나, 게이지에 갇혀서 알만 낳아야 하는 닭 같은 동물들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이들은 자연이 자신들을 위해서 조물주가 창조하신 작품이자 선물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소나 닭도 자연의 일원이고 사람도 자연의 일원이라면, 지능을 가진 사람이 먼저 그들을 보살피면서 잘 가꾸고 또 사람도 자연으로부터 필요한 것을 얻으면서 공존하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새싹이나 산새들의 생명력에서 아름다움이 만들어지면 그것이 본이 되어 나도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자연을 가까이 할 때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의 일원으로서 진달래가 나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가르쳐주고 있으니 소중하고 정말 고마운 일이다. 오늘은 뭔가 깜짝 쇼를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한 기쁨을 주고 싶은 것이다.

산 중턱 우리들의 아지트가 가까워지자. 한 가지 생각이 났다. 그것은 바로 가지 않고 우회하여 뒤쪽으로 몰래가서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은 것이다.

습기가 묻어있는 산비탈길이 어찌나 미끄러운지, 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겨우 뒤쪽 가까운 곳에 다다라 잠시 숨을 고른 뒤, 막 튀어나가려는데

선생님이 오신 걸 이미 다 알고 있어요. 어서 이 앞으로 나오세요.”

아니, 어떻게 안 거예요? 뒤쪽에도 눈이 달린 거예요?”

눈은 없어요. 아까부터 언제쯤 선생님이 오실까 하고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바스락거리는 발소리를 아까부터 듣고 있었어요. 그렇게 서있지만 마시고 가까이 오셔서 저를 한 번 껴안아 주세요. 오랜만에 뵈니까 너무 반가워요.”

내가 놀라 주춤하며 머뭇거리자

어서요. 용기가 그렇게 없으세요? 선생님이 저를 좋아하시는 것 저는 다 알아요. 남들 같으면 좋아하지 않는 줄 알겠어요.”

진달래가 눈을 한 번 흘기더니

그 생각의 10분의 1만이라도 행동으로 표현해주시면 얼마나 좋겠어요. 가만히 보면 언제든지 그냥 지나시더라고요.”

진달래의 말이 맞다. 그러나 그것이 고치려도 고칠 수 없는 내 습성이니 어찌하랴. 내가 어찌할 바를 몰라 진달래를 다시 처다 보았다. 진달래는 언제나 주위에 꽃들이 활짝 피었을 때만 보였다. 지금도 꽃이 핀, 가지 사이로 얼굴이 살짝 보이는데, 화사하게 웃고 있는 그 얼굴이 너무 예쁘고 옆의 꽃들과 너무 같아 보여, 꽃과 얼굴이 분간이 어려웠다.

진달래 가지들이 넓게도 아니고 내 두 팔로 안기에는 딱 적당해 보였다. 드디어 내가 용기를 내어 두 팔을 크게 벌리자, 진달래가 스르르 두 눈을 감았다. 나는 더욱 용기가 생겨 활짝 펼친 두 팔로 나무 전체를 보듬어 안았다. 진달래가 손가락으로 내 볼을 쓰다듬기에 살짝 보니 나뭇가지였다. 잠시 뒤 귓속말로

됐어요. 카푸치노는 가져 오셨겠죠?”

내가 팔을 풀고 잽싸게 비닐봉지를 헤쳐 카푸치노를 꺼내들자

먼저 한 목음 드시고 저에게도 한 목음 주세요.”

우리가 차를 한 목음씩 마신 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물어보았다.

오늘 뭔가 특별한 일이 있는 거예요? 그 전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니 말이에요. 무슨 일 있는 거예요?”

선생님이 올라오시는 동안 많은 것을 생각해 봤어요. 생각할수록 선생님이 고마워지더라고요. 우리가 날뫼 뒷동산에서 처음 만난이후, 지금까지 지내온 과정을 더듬어봤던 거예요. 생각할수록 선생님은 저의 은인이세요. 쓸쓸히 떠날 수밖에 없었던 저를 살려주셨단 말이에요. 그래서 오늘 하루는 선생님을 위해서 더 잘 하고 싶어요. 지나고 보니 선생님과 저는 서로가 필요로 하는, 꼭 만나야할 그런 사람들이었어요.”

아니 내가 어떻게 했기에 진달래님을 살렸단 말이에요?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데요?”

그 과정을 말씀드려 볼 테니 들어 보세요. 사람이 산다는 것 그러니까 일생은 4단계를 거치는 거예요. 처음에는 외로움 2번째는 만남 3번째는 사랑 여기의 사랑은 선행과 사랑을 의미하는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헤어짐이에요. 제가 4계절 같은 이 과정의 한 주기를 온전하게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선생님 덕분이었어요. 선생님 덕분에 저는 운 좋게도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었던 거예요. 저는 선생님을 만나기 전 1년 동안, 내내 아팠어요. 그런 가운데서도 제일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 아픔보다도 외로움이었어요. 죽기보다도 더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 외로움이었어요. 그 때 기차를 타고 서울가는 그 길이 마지막 길이란 걸 알았고 그래서 제 인생이 허무하게 끝나고 마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땐 정말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외로웠어요. 주위에 부모님 그리고 형제분들이 계셨지만 제 인생을 깊이 있게 대화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필요했던 거예요. 그래서 이대로는 끝낼 수 없다고 생각했고, 넓은 세상 어딘가에서 그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이 드니 더 이상 누워 있을 수만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하루만 더 찾아보자고 나선 그 날이 마지막 힘을 다해서 뒷산에 올라갔던 첫날이었어요.

세상은 넓고 너무 아름다운데 그 한 사람 만나지 못해 저의 일생이 너무 초라하고 쓸쓸하게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어쩐 일인지 제 발걸음이 자꾸만 산으로 향하고 있었어요. 아름다운 자연에 제 마음이 끌렸던 것 같았어요. 거기에는 자연만 있고 사람은 없을 것만 같았는데도 말이에요. 저의 마지막 만남이 그 산 중턱에서 그 당시는 소년이었던 선생님을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 하나님이 저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신 것이라 생각했어요. 어떻게나 반가웠든지 마음은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기회를 주지 않았어요. 그런 제 마음을 소년은 모르고 있었던 거예요.

처음 보는 사람이고 또 상대가 여성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그 날은 그냥 넘어 갔어요.

그 다음 날은 정말 꼼짝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안 좋았어요. 그렇더라도 그 사람을 만났는데 대화 한 번 못했다면 말이 안 되잖아요.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가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언젠가는 꼭 한 번 입어보고 싶어 가지고 다녔던 그 분홍치마를 어머니께 입혀달라고 해서 입고, 부축해 주려는 것도 뿌리치고 혼자 나섰던 거예요.

집을 나서니 몸은 잘 따라주지 않았지만 기분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곧 세상을 다 얻을 것만 같았어요. 크게 생각하지도, 바라지도 않았어요. 말 한 마디가 되어도 좋고, 손을 한 번만이라도 잡아보면 원이 없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올라가고 내려올 동안 상황은 전날과 똑 같았어요. 내가 비틀거리며 걷고 있는데도 멍하니 보고만 있는 거예요. 어떻게나 실망감이 컸던지 가져갔던 책으로 가슴팍을 내리쳤어요. 그래도 꼼짝 하지 않았어요. 내려올 땐 더욱 힘이 빠져 조금 부축해줬으면 하고 바랬는데, 끝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내려오면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내리더라고요, 마지막 희망마저 물거품이 되고 그 이튿날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기차를 타게 되었던 거예요.

 

그 때 책으로 가슴팍을 쳤을 때 아팠어요? 얼마나 미웠으면 가슴팍을 쳤겠어요? 그 땐 왜 그렇게 마음이 안 맞았던 걸까요? 이유야 어찌됐던 가슴팍을 친 건 죄송하게 됐어요.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예요.”

그래도 그 때 나는 기분이 좋더라고요.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그럴 줄 알았으면 더 세게 쳐줄걸 그랬어요. 어쨌거나 지금까지 이렇게 사이좋게 잘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하늘이 도우셨기 때문일 거예요.”

 

그 뒤에 다 잊으려고 했지만 그래도 미련을 못 버리고 혹시나 하여 2년 뒤 봄 어느 날, 날뫼 뒷동산을 다시 찾아 갔어요. 넓은 세상에서 제가 만난 사람은 그 소년 뿐이었고 쉽게 잊어지지가 않더라고요.

그런데 운명 같은 희망을 거기서 본 거예요. 제가 일부러 속인 것도 아닌데 속였다고 하면서 치고 박고 한바탕 난리 끝에 그 소년의 진짜 모습을 본 거예요. 처음엔 나를 몰라보고 했지만 이내 나를 알아보고, 하트를 그려보여 주면서 미안하다고 할 때는, 어찌나 반갑고 기분이 좋았던지 날아가는 기분이었어요.

그러나 그 때의 소년과의 만남은 겨우 외로움만 면할 수 있었지 다음 단계인 사랑은 어려웠어요. 왜냐하면 사랑에는 자연의 어떤 사물과도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했어요.

그래서 또 한 번 기다려보자 하고 기다리다가 어언간 70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어요. 어느 날 지금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실까 싶어, 너무 궁금하여 살짝 살펴보았더니 김천, 아포에서 살고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이 거기서 벌어지고 있었던 거예요. 제가 그렇게도 원하고 기다렸던 것이 거기서 현실로 일어나고 있었던 거예요.

 

동식물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과 교감할 수 있다는 뜻이고, 그것은 또 사람들과의 사이에서도 선행과 사랑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돼요. 정말 어려운 일인데, 선생님이 어느새 거기서 그런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던 거예요. 선생님은 그것을 어떻게 가지셨던 거예요?”

······.

정말 너무 신기해서 놀랐어요. 선생님은 누구에게서 그것을 배우시게 된 거예요?”

모르겠어요. 특별히 배운 건 없었는데 서서히 그렇게 된 거 같네요. 지금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릴 적에 할머니가 주신 게 아닌가 생각이 되요. 할머니가 가끔씩 동물얘기를 해주셨는데 그런 것이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생각해요. 나도 가끔씩 생각해요. 사람은 어릴 적에 자연을 가까이 하는 것이 좋은 품성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요.”

맞아요. 역시 그리셨군요. 그것은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해서 되는 게 맞아요. 결국 그것이 자연을 좋아하게 되고 그렇게 되는 거고요.”

그리고 요즈음도 가끔씩 보면 소들과 닭들을 사람들이 울안에 가둬놓고 살만찌게 하여 고기로 팔아, 단지 그들을 돈 버는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것을 보면 슬플 때가 많아요.

당연히 그들도 조물주가 창조한 귀한 생명인데, 인간의 부드러운 손길과 따뜻한 정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하고 갇혀서 살다가, 결국은 자신의 삶을 살아보지도 못하고 고기로 팔려가 죽어야 한다니 가끔 그들의 눈망울을 볼 때는 정말 슬펐어요. 이런 광경을 보고도 연민의 정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이 황폐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이런 일을 볼 때마다 사람들이 자연과 가까이 살아야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거예요.“

맞아요. 그렇게 하는 것이 조물주의 뜻에 따르는 삶 즉 선()하게 사는 거예요. 그리고 보니 선생님과 저는 정말 좋은 만남이었어요. 저는 자연이고 선생님은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말이에요.”

이런 우리의 경우를 천생연분이라고 하면 안 될까요?”

맞아요. 그 표현이 좋겠어요. 우리는 꼭 만나야할 그런 사람들이었으니까요. 저는 선생님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나는 아무리 천생연분이라 해도 진달래님을 사랑 안합니다.”

아니 왜요? 무조건 사랑해야 돼요.”

아니오. 싫어요.”

“아니, 갑자기 왜 싫어하신데요? 이상하네. 그 이유를 한 번 말씀해 보세요.”

가끔 진달래님이 4단계니 뭐니 하면서 헤어짐을 얘기하니 불안해서 그래요.”

그거 때문이에요? 그건 싫어도 어쩔 수 없는, 13살의 소녀가 여든이 넘으신 할아버지께 드리는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예쁜 명령이에요.”

내가 머뭇거리자.

아까 먹다 남은 카푸치노 있어요?”

. 있어요. 한 목음씩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내가 한 목음 마시고 진달래에게도 주니 먹다 말고

카푸치노 맛이 뭐 이래요?”

왜 맛이 없어요?”

차 맛이 별로인 것 같아요. 구수한 맛이 없어요.”

오늘 그렇게 됐어요. 카페에서 가져왔으면 맛이 있을 텐데 카페는 오전에 문을 열지 않아서, 오늘은 서둘러 오느라 마트에서 기성제품을 사온 거예요. 다음에는 카페 차의 진짜 맛을 한 번 보여드릴게요. 캉페두목님이 솜씨가 좋으셔서 라테에 그림도 잘 그리고 맛도 끝내줘요. 어떤 때는 하트모양을 너무 예쁘게 그려줘서 내가 두목님은 진정한 라테 아티스트셔요하고 칭찬해주면 나한테는 끝도 없이 더 맛있기 더 향기롭게 잘해 줘요. 다음엔 내가 따로 부탁을 해서 구수한 차를 맛볼 수 있도록 할게요.”

-, 이제 보니 마음은 콩밭에 가있었네요. 그것이 진짜 이유예요? 그래서 저를 싫다고 한 거예요?”

진달래가 소리 지르며 다그치니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아니, 아니에요. 그런 뜻이 아니에요. 나는 진달래님이 무조건 좋아요. 내가 말을 잘못했나 봐요.”

어쨌건 알았어요. 차 맛을 보면 그 사람의 진심도 일 수 있으니까 어떤 분이신지 궁금하네요. 이제 차 얘기는 그만하고, 지난번에 제가 숙제 드린 거 어떻게 됐어요?”

내가 지난 번에 국사봉의 코치를 받아 정리한 A4 용지 4장 분량의 박 근혜 탄핵에 관하여 적은 글을 비닐봉지에서 끄집어내어 보여주니까 찬찬히 읽어내려 간다. 3장을 읽고 4장 째 들어서면서 입가에 미소가 스르르, 번지기 시작한다. 다 읽고는

잘 하셨어요. 현시점에서 대통령탄핵사건이 가장 큰 현실의 문제이고 또 선()과 악()의 내용이니 그것을 주제로 선택하신 건 아주 잘 하셨어요. 그런데 비유하자면 사람의 몸체는 어느 정도 그려져 있는데 머리 부분이 뚜렷하지 않아요. 사람은 사람인데 생각이 없는 사람 같다는 뜻이에요. 탄핵사건이라는 것이 하나의 작품이라면 그 작품이 만들어질 때의 생각이 뭐냐는 것이지요. 글 속에서 잠간 언급된 것이 보이긴 했지만, 뚜렷하게 나타나 있지는 않았어요.

중요한 것은 그 사건은 헌법의 문제 즉 선()과 악()의 문제라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어서는 안 되고 시야를 넓혀서 볼 필요가 있어요. 전 국민이 관계되는 대형 사건이라는 거예요. 그러면 한 가지 여쭤 볼게요. 이런 내용들을 담고 있고 헌법적인 사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핵심적인 헌법은 무엇일까요?”

헌법 제10조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맞아요. 이 사건은 그 법을 해친데서 부터 시작되었던 거예요. 그리고 또 이 사건은 이미 헌법으로 각본이 만들어져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고, 그래서 헌법에 의해서 심판이 되고 헌법에 의해서 처벌되는 거예요. 그만큼 헌법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그러면 한 가지 의문이 생겨요.”

뭔데요?”

만약에 이 사건을 다루는 사람들이 그런 헌법들을 모르거나 알아도 회피할 때는 어떻게 되는 가예요.”

맞아요. 그 문제가 제일 중요한 거예요. 대통령탄핵사건이라는 것이 대통령이 악행을 해서 탄핵하는 것이 주목적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을 핑계 삼고 기회로 삼아, 더 큰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대통령의 탄핵의 가부가 헌법재판소의 마지막 심판에서 결정되는데, 그 때 만약에 재판관들이 역()으로 결정해버리면 어떻게 되느냐 에요. 즉 그렇게 되었을 때는 더 이상 헌법문제를 바로 잡아야할 국가기관이 없는 상태가 되어버려, 문제가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되어버린 거예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국가적 사태가 벌어진 거예요. 국민에 의해서 선출된 대통령이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에요.

이런 최악의 경우에서 마지막 남아있는 한 가지 일은 헌법 제10조가 국민을 위한 법이니 이제는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게 되었어요. 그러자니 헌법을 국민들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마지막 처리는 국민들이 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이 헌법을 잘 모를 때는 누군가가 헌법을 마스트한 사람이 국민들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거예요. 평소에도 그렇지만 이런 위급한 때일수록 국민이 헌법을 안다는 것은 중요한 것이고 국민이 헌법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에요. ”

그러니까 헌법이 어렵거나 하여 마스트한 사람이 없을 때는 어떻게 되느냐 말이에요. 이 때까지 헌법을 가르친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또 배운 사람도 있었을 텐데, 그 사람들이 잘못 배워 모르거나 알아도 가만있을 때는 어떻게 되느냐 에요. 헌법을 잘 모르는 국민들은 그럴 때는 포기해야 되는 건가요? ()에 순종할 수밖에 없는 건가요?”

헌법 제10조를 지키라고 특별히 헌법재판소를 설치하여 재판관들에게 헌법문제를 맡긴 것인데, 이들이 반역을 해버렸으니 결국은 생선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긴 꼴이 되어버렸어요. 생선가게가 워낙 크다보니 고양이도 한두 마리가 아니에요. 오랫동안 탐색해왔고 꾸민 일이라 이웃동내 고양이까지 합세하여 다 모여들었으니 다 때려잡자면 예사 일이 아니에요. 그래서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헌법제정자들이 헌법으로 준비해 둔 것이 있었어요.”

 

13, 대통령탄핵사건은 일백년에 한 번하는 대청소를 위한 것

(망하기 전에 청소해야)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생선가게를 망치려는 고양이들을 때려잡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과연 있을까요?”

나는 너무 궁금해서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만으로 헌법 제10조를 해치기에는 헌법 10조가 너무 커요. 헌법재판소 단독으로는 할 수 없다는 뜻이에요. 특히 이것이 자연과 성경에서 이어진 것이기 때문에 헌법을 거스르는 것은 곧 자연과 성경을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이 헌법의 배경으로 살아있는 한에는 헌법도 살아있는 것이고, 결국 시간문제일 뿐 언젠가는 제대로 처리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에요. 헌법학자가 나서지 않는다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들이 눈을 뜨게 된다는 얘기에요. 왜냐하면 그들의 악행은 계속될 것이고 그것이 국민들께는 반면교사가 되어 공부도 되고 방법까지도 찾아보게 된다는 거지요.

이를 위해서, 헌법을 만든 사람들은 대통령탄핵보다도 재판관들이 반역했을 때가 국가가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때를 더 크게 우려해서 그 부분에 더 관심을 두고, 사건처리에 필요한 헌법 몇 개를 만들어 두었던 것이에요. 다시 말하면 대통령탄핵에 관한 규정을 헌법으로 제정한 것은 대통령탄핵보다도 고기 한 조각이라도 더 챙겨먹겠다고 덤비는 그래서 생선가게를 망치겠다고 모인 고양이 전부를 색출하고 때려잡는데 목적이 있었던 거예요. 이런 것을 예상하고 일백년에 한 번 정도 이들을 소탕할 수 있도록 헌법제정자들이 몇 개의 헌법을 만들어 준비해 두었던 거예요.

이런 반역은 워낙 큰 사건이라 헌법재판소, 한 기관만으로는 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금방 주위의 여러 국가기관들의 제지를 받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헌법재판소가 반역할 정도였다면 이미 국가의 많은 그 주위의 기관들이 악()으로 물들여져 왔고 또 오랫동안 누적되어온 것이라 볼 수 있으니 결국 대통령탄핵사건이라는 명칭은 이름뿐 그보다 더욱 엄청난 대형사건이 된 거예요. 그러니 사건처리에 있어서도 엄청난 힘이 필요한 것이고 그래서 국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게 된 거예요. 헌법 제10조는 국민들을 위한 것이고 이를 침해당해 피해를 보는 사람도 국민들이니, 시간은 좀 걸릴지 몰라도 국민들이 나서서 해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에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 대통령과 국민을 배신한 사건이니 국민들은 국가를 위해서라도 이들을 응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봐야 해요.”

그런 큰일을 국민들이 과연 해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재판관들 외에 악()의 무리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류가 될 수 있을까요?”

해낼 수 있고 없고는 오로지 국민들의 의지와 선택에 달려 있어요. 헌법 제10, 자유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독재자의 노예가 될 것인가 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기에 달려 있어요. 그리고 악의 부류는 세계 공통적인 공산주의와 기독교 정도예요. 이들은 대통령탄핵사건이 터져서 생긴 것이 아니라 평소에 존재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것이 대통령탄핵사건을 통해서 백일하에 드러났을 뿐이에요. 그들은 철저히 헌법 제10조를 무시하는 자들이고 이를 밝히는 것이 대통령탄핵사건의 목적일 수도 있어요. 어떤 경우에는 악이라 해도 법이 없어 처벌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제 탄핵사건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마치려 해요. 한 가지 부가할 것은 선생님도 힘을 보태셔야 돼요. 그것은 자연과 성경을 어느 정도 알고 계시는 선생님이 국민 한 사람이라도 더 헌법 제10조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기회에 모두 힘을 합쳐 나라 안에 있는 악()들을 모조리 싹 쓸어내야 해요. 비유하자면 장마 때에 300미리정도의 호우가 일주일간 계속 퍼부어 산골짜기에서부터 시작하여 동네주위를 돌아 냇가로 강으로 흘러가면서 모든 쓰레기들을 싹 쓸어, 마지막에는 그것들을 바다 바닥에 깔아 덮어 다시는 숨을 못 쉬게 해야 돼요. 알았어요?”

알긴 했는데 힘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되지만, 국민들이 뭉치고 최대한 지혜를 짜내어보도록 노력해야할 것 같아요.”

 

아까 선생님이 천생연분이란 말씀 하셨죠? 이 넓은 세상에서 사람이 자신의 천생연분을 찾았을 때 그만큼 행복한 일이 또 어디 있을 까요? 저는 선생님을 만나서 정말 행복했어요. 선생님은 저를 만나 행복하지 않으셨어요?”

나는 눈물이 나오려 해서 말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정말로 행복하셨다면 그 표시로 저의 손잔등에 키스 한 번 해주세요.”

나는 천천히 가느다란 가지 하나를 끌어당겨 키스하였다. 가지 끝의 꽃잎이 내 볼을 쓰다듬어 주었다.

오늘은 선생님과 저와의 만남을 정리하는 날이었어요. 우리의 천생연분은 이것으로 끝나지만 선생님께는 또 새로운 천생면분, 만남을 만드셔야 돼요. 그래서 저와의 만남은 사랑을 하신 것이고, 새로운 만남에서는 선행을 하셔야 해요. 그러다보면 저를 잊으시게 될 거예요. 선생님의 그 새로운 만남을 위해서 저는 이만 양보하고 물러나야 돼요. 이것이 자연의 순리에요. 만약에 저로 인해 그리움이 쌓여 눈물이 나려할 때는 여기 와서 봄이 오면노래를 불러 주세요. 그러면 많이 위안이 될 거예요. 선생님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안아 주세요.”

진달래의 말이 이제는 울먹이듯 했다. 이것이 자연의 순리라면 어쩔 수 없다. 진달래의 말에 따라야 한다. 온 마음과 정성으로 진달래를 보듬어 안았다.

조금 더 세게요, 선생님의 자연을 닮은 착한 마음씨 잊지 않겠어요.”

내가 팔에 더욱 힘을 주자 이상하게도 딱딱했던 감촉이 차츰차츰 부드러워 지면서 꽉 찬 느낌을 준다. 그리고 팔에 온기가 느껴졌다.

 

/잘 가, 진달래야, 네가 오지 않는다 해도 나는 봄이 오면산에 와서 너를 기다릴 거야. 우리는 결코 헤어지면 안돼. 나를 좋아하는 너는, 나를 보고 싶어서도 꼭 올 거야. 봄이 오고 진달래 꽃이 피는한에는 너는 꼭 올거야. 그 때는 나더러 안아달라고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안아줄 게/

 

내가 마음속으로 인사를 하고난 잠시 뒤, 내 팔의 감촉이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자 나는 진달래가 떠났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14, 헌법(憲法), 인문학(人文學) 그리고 신학(神學)

헌법 제10조는 헌법 중에서도 왕 헌법이다. 우리나라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가는 최고의 법이다.

 

10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한 국가를 구성하는 3대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1,국민 2,헌법 3,영토이다.

이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러니 헌법과 영토는 주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영토는 주인이 생존함에 있어 꼭 필요한 물질적인 것이고. 헌법은 국민이 가치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신적인 것이다. 즉 질적인 문제인 것으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인생에서 둘 다 필요하겠지만 인간이라면 정신이 더 중요하다. 헌법 제10조는 이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행복스럽게 살아가는 데는 환경이 제일 중요하다. 그것은 자유가 보장된 분위기이다. 여기서 자유의 의미는 선행과 사랑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 결과는 행복이 온다는 것이다. 즉 헌법 제10조의 의미가 바로 자유의 내용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자유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것과 미국의 자유의 여신이라고 하는 데는 이런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고, 이는 선()을 지향하는 국가라는 것이다. 결국 헌법 제10조는 한 마디로 선()을 행하라는 것이고 그 중심에는 존엄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즉 존엄이 없는 삶에는 행복이 없다는 말이다.

만약에 헌법 제10조에서 주어를 모든 국민에서 모든 생물로 바꾸면 모든 생물은 존엄을 갖도록 창조되었으며 존엄 안에서 살 때만 올바른 삶이다가 된다. 이것이 창조의 목적이 되고 신학(神學)이 되며, 헌법 제10조의 할아버지 법이 된다.

또 주어를 모든 인간으로 바꾸면 인문학(人文學)이 되고 그 내용은 예수의 가르침이 된다. 이는 신학(神學)과 헌법을 연결 지어 인문학을 설명해주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