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시판/인문학

인문학 교회(1)

환오 2019. 8. 2. 17:11

                        인문학 교회 (1)

 

 지난번 초복 때 문자 받고 바로 답장 못 보낸거 정말 미안해요. 조금은 서운해 했을 거예요. 사정이 있어 그런 것이니 이해해 주기 바래요.

 보내주신 삼계탕 잘 먹었습니다. 국물이 진짜 맛있더라고요.

 알뜰하게 다 먹고 나니 뭔가 허전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마음 한 구석에 채워야할 곳이 또 하나 있었어요. 커피 한 잔이 먹고 싶었던 거였어요.

 보통 커피가 아니고 하트가 새겨진 카페 라떼 한 잔이 먹고 싶었던 거예요. 삼계탕을 맛있게 먹었으니 조금 특별한 커피 한 잔 먹는 것이 당연한 것 같았어요.

 커피 한 잔 먹을 곳을 찾아 무작정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섰어요. 세상에 삼계탕만 주고 커피는 안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줄 생각을 않고 있으니, 할 수 없이 답답한 내가 커피를 찾아 길을 나설 수밖에요.

 교회 앞을 지나가는데, 들려볼까도 생각해 보았으나, 그냥 지나치고 말았어요. 거기에는 일반커피는 있어도, 사랑이 담긴 라떼는 없기 때문입니다. 다방 앞을 지나고 읍사무소를 거쳐 큰 길(국도)로 나섰습니다.

 이 길로 무작정 김천까지 계속 가볼 생각입니다. 가다 보면 어디쯤엔가 자그만하고 아담한 어떤 카페가 나타날 것이고, 거기서 정성이 담긴 따뜻한 커피 라떼 한 잔 얻어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도이다 보니 가끔 차들이 생 생 옆을 스쳐지나 가니 아찔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도로 양쪽으로 산과 들이 넓게 펼쳐있고, 특히 산이 녹음이 짙어 마음은 상쾌했습니다. ‘주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찬송가 곡이 생각났습니다. 어쩐지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하나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참을 가니 오르막길이 나타나서, 더는 타고 올라갈 수 없어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길바닥만 내려 보고 올라가는데, 갑자기 오른 쪽으로 작은 길이 하나 나타났어요. 길을 따라 올려쳐다보니 지붕에 Cafe 라는 간판이 보였고, 바로 옆에는 ‘’인문학이라는 글이 보였습니다. 순간 여기가 바로 그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을 따라 입구 쪽으로 조금 올라가니, 넓은 주차장이 나타났고 여러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어요.

 한쪽 구석에 자전거를 받혀놓고, 현관문을 통해서 안을 기웃거려 보는데, 불쑥 문이 열리면서 한 아가씨가 나오면서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하면서 인사를 합니다. 내가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아가씨가 다시

어서 들어오세요.”

하면서 다시 재촉을 합니다.

차 값이 비싼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농담조로 말을 하니

사정에 따라 찻값은 조정할 수 있으니 안심하고 들어오세요.”

 실내에 들어서자 한 눈에 뜨이는 것이, 작고 큰 화분들이 많다는 것이었어요. 마치 정글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습니다.

한 쪽 테이블에 앉으니 아가씨가 생긋이 웃으면서 닥아 오더니

같이 앉아도 되겠어요?”

그래요, 물어볼 것도 있고????”

선생님은 카페에 자주 다니시는 분은 아닌 것 같아요.”

내 나이가 아흔을 바라보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아니고 선생님이라니 기분이 정말 좋다.

맞아요, 그러나 앞으로는 자주 다닐지도 몰라요.”

“제 예감도 그렇게 느꼈어요. 물어보고 싶다고 하신 말씀이 무엇입니까? 제가 아는 것이라면 바로 대답해 드릴 수도 있어요.”

카페와 다방이 어떻게 다른지, 차이점이 무엇인지 그것이 알고 싶은 거예요.”

먼저 좋은 질문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누구나 카페의 중요성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방은 주로 상대와 대화 중 어색한 틈(분위기)을 메우기 위해서 커피를 마시는 곳이고요. 카페는 담소를 통해서 무엇인가 가치 있는 것을 얻기 위해서 커피(주로 카페라떼)를 마시는 곳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처음에 제가 카페를 열게 된 목적이기도 하구요.”

아니 아가씨가 이 카페의 주인 되시오?”

. 지금은 언니가 전체 일을 보살펴주고 있지만, 운영에 관한 내용은 주로 제가 꾸며가고 있어요.”

젊은 나이에 주관이 뚜렷해 보여서 정말 보기 좋습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했던 무언가 가치 있는 것이라고 한 말이 무슨 뜻인지 한 번 얘기해줄 수 있겠어요?”

네 그것은 생활에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지혜라면 더욱 좋고요. 그래서 카페는 가능한 여러 사람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처음에는 달달했던 분위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부드럽고도 달콤한 분위기로, 종내는 고소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카페는 그런 공간이에요. 때로는 싱겁게 끝나기도 하지만요

어째 그 말이 나처럼 혼자 와서는 곤란하다는 말인 것 같기도 하네요?”

아니에요. 그래서 제가 있잖아요. 제가 많은 것을 알고 있진 않지만 그래도 혼자 오시는 분에게는 만족스럽게 상대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상대하다 보면, 때로는 제가 모르는 부분을 터득할 때도 있어요. 경우에 따라서는 회원 중에 서로가 필요하고 원할 경우에는, 제가 소개도 시키고, 미팅을 주선하기도 해요. 좋은 시간이 될 때가 많아요. 아까 선생님이 현관에서 머뭇거리실 때, 얼른 뛰어 가서 제가 모셔 왔잖아요. 왜 그랬는지 아세요?”

내가 무슨 영문인지 몰라 눈을 크게 뜨자.

오늘 선생님을 통해서 가치 있는 그 무엇이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자칫 실망을 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어떤 이유로 그런 예감이 들었는지 궁금하네요.”

아까 올라오면서 간판, ‘카페옆에 인문학 이라는 글자 보셨지요?”

내가 고개를 끄덕끄덕하자

그것을 보시고도 혼자서 올라오신 게 그 이유예요. 분명히 선생님께는 얘기 보따리가 있을 것이고, 저는 그 보따리 속에 어떤 보물이 숨겨져 있는지 그것이 궁금해서 현관에 마중 갔던 거예요. 과연 그 보따리 속에 어떤 보물이 담겨 있을까요?”

 아가씨가 조금은 당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속을 훤히 들어다 보고 있는 것같이 얘기하니 말입니다.

보따리를 풀기 전에 한 가지 할 일이 있습니다. 커피를 주문해야 돼요. 오늘은 제가 대접하겠어요. 어떤 것을 드시고 싶으신지 말씀해 주세요.”

카페라떼 한 잔 먹고 싶어서 왔어요. 그리고 배달도 한 잔 주문하고 싶은데?????”

배달은 안 돼요.”

나는 혼자가 아니라 내가 애끼는 사람이 한 사람 있어요. 그 사람과 같이 먹고 싶어요.”

그래도 배달은 안 돼요. 배달할 사람이 없어요.”

실물을 배달해 달라는 게 아니라, 휴대폰에 사진으로 배달하는 거예요

그렇게는 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휴대폰 번호와 선생님 존함을 말씀해 주세요. 커피가 나올 때 사진을 찍어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적어준 휴대폰 번호와 이름을 적은 쪽지를 들고, 주문대 쪽으로 가볍게 걸어가는 아가씨의 뒷모습을 보니 조금은 마음이 설래 입니다. 예쁜 모습으로 다가오는 아가씨의 참모습을 보고 싶어서일까?

 아가씨라고 부르기엔 나이가 조금 지난, 서른을 갓 넘어 보이는 여성이 여든이 넘은 나에게 지나칠 정도로 관심을 보이는 데는 이상하다는 마음이 좀 들기는 했지만 일단 기분은 좋았습니다.

 혼자가 되자 여기로 처음 걸어 올라올 때, ‘카페라는 글자 옆에 있었던 인문학이라는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이것이 카페 앞에 붙어 있으면 카페 이름이 되련만, 뒤에 붙어 있으니 카페를 수식하는 내용 즉 카페의 성격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가씨는 왜 나를 이것과 연관시키려 하는 것일까? 내가 인문학에 관심 있다는 것을 알고나 있는 것일까? 실제로 그 인문학이라는 단어에 내 마음이 끌렸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이런 내 마음을 아가씨는 알고 그런 내 마음을 캐내려 하는 것일까? 그래서 이 인문학이라는 단어가 이 카페의 목적이라는 것일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가씨가 보고(알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때를 맞춰 아가씨가 차를 들고 내 앞에 나타났습니다.

한 잔은 사진 찍어 배달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어떤 분이신지 많이 궁금한 데요? 아까 아끼신다고 하셨는데 그 말의 의미는 사랑한단 말 아닌가요?”

그러면 아가씨는 사랑이란 말의 뜻을 알고 있어요?”

똑똑히는 몰라도 희미하게 알고 있어요. 인문학과 사랑은 표현이 다를 뿐 같은 의미고, 그 목적은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경험으로 봐서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사람에 비유하면 사랑은 머리이고 인문학은 몸통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은 소프트웨어, 인문학은 하드웨어가 아닐까요?”

사람은 사랑+인문학이라는 말인데, 정말 실감나게 쉽게 얘기했네요. 아가씨는 사랑에 대해서 넓게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실례지만 지금 나이가 어떻게 돼요?”

서른세 살

결혼은 했어요?”

아니, 아직 은요. 우리 이제 차들면서 얘기하도록 해요.”

방금 우리라고 했어요?”

, 선생님의 질문과 저의 답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우리라고 해 봤어요.”

 우리의 대화는 여기서 멈추고 카페라때를 먹으려고 보니까 하-트가 너무나 선명하게 아름답게 그려져 있어 먹기가 아까워 머뭇거리고 있는데

잠깐만요. 기도부터 먼저하고 들기로 해요.”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내가 아가씨를 따라 눈을 감으니

하나님. 오늘 선생님을 만난 것이 우연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앞으로 좋은 시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아멘-”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아가씨 크리스천이요?”

.”

그것참 이상하네, 그럼 들어오는 입구 간판에 인문학이라고 적혀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거예요?”

그 인문학과 제가 크리스천인 것이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지 선생님이 한 번 알아 맞춰 보세요?”

내 생각에는 인문학과 크리스천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는데?????”

그럼 힌트 하나 드릴게요. 크리스천은 크리스천인데, 교회(기독교)의 크리스천이 아닌 인문학 크리스천이에요. 이제 아시겠어요?”

내가 교회에도 다녀보고 성경공부도 조금해 보았지만 인문학크리스천이라는 말은 처음 당해보네요. 그러나 똑똑한 아가씨가 한 말이니 대충 윤곽은 파악이 되네요. 그래도 그에 대한 아가씨의 설명을 한 번 듣고 싶어요. 해줄 수 있겠죠?””

해드리고 말구요. 그런데 제 예감인데요. 선생님도 인문학 크리스천

물음표는 아가씨의 얼굴에 나타났어요. 눈을 크게 뜨고 빙그레 웃는 모습이었어요.

제 생각이 맞다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아서, 대신에 그것을 포함한 인문학 교회에 대해서 조금 설명하겠습니다. 그 전에 분위기를 더욱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카페라떼를 먹으면서 할게요.”

 아가씨가 찻숟갈을 들자 같이 숟갈을 들긴 했지만 하트가 부셔질 가봐 쉽게 들여놓지를 못하고 있는데 아가씨가

하트는 부셔져도 그것이 내 마음 속에 차곡차곡 쌓아둔다고 생각하면 돼요.”

맞아요. 이 하트는 이제 설명하려는 아가씨의 인문학 교회라고 생각할게요.”

                                                                                                                  - 다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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