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시판/예수의 가르침

사랑의 씨앗은 눈물나무(상)

환오 2018. 3. 3. 22:00

사랑의 씨앗은 자라서 눈물나무가 되고

눈물나무에서 떨어지는 눈물열매 한방울 한방울이 

햇빛과 친구되어 영롱 반짝 보석이 되었으면````


이 강도 만난자의 얘기가 시작은 영생이었으나, 현실에서 하나님의 뜻, 자비로 귀결되어질 때는 그것이 바로 현실의 아름다운 삶을 의미하는 것이고, 또한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깊은 나락이나 죽음, 부활, 원죄 등 신화적인 것들도 이렇게 현실에 귀착되어 인간들의 삶에 아름다움으로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먼 과거에서부터 미래에서 환상으로 남았다가 인간의 탐욕에 도구로 이용되었을 때는, 자칫하면 악의 뿌리가 되기 쉽다는 뜻이지요. 한 쪽은 내가 가진 재물 또는 삶의 지혜를 베푸는 것이지만, 다른 쪽은 인간이 지식을 만들어 그것을 이용하여 남의 정신이나 재물을 빼앗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제가 느낀 것은 사회 지도층이나 공부를 많이 하여 율법에 도통한 지식층일수록 하나님의 뜻을 멀리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인간의 지식이 악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스승님, 이런 저의 생각이 혹시 주제넘은 것이 되지 않을 런지요?”

긴 얘기 끝에, 말을 마친 마리아가 옆으로 예수를 쳐다보았을 때, 먼 산을 바라보고 있던 예수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한참 뒤에 눈을 깜박여 눈물을 어느 정도 말린 다음에 예수가 입을 열었다.

아니요. 정말 놀라운 생각이요. 그런 것 까지 생각했다니 마리아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모두들 기다리고 있을 텐데, 이제 그만 내려가는 것이 좋겠어요.”

예수는 더 이상 말을 들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예수가 보기에 마리아는 그 전의 작은, 어린 작은 나무가 아니라 어느새 그늘을 가진 큰 나무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예수가 먼저 일어나 마리아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었다. 그들은 손과 손을 잡고, 얼굴 환하게 웃음 머금고, 마을을 향하여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스승님, 한 가지 여쭈어 보고 싶은 게 있는데·····.”

이때까지 나는 마리아의 얘기를 듣기만 했었는데 이제 나에게도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것이군요. 마리아는 정말 영특해요. 그래, 무엇인지 얘기해 봐요.”

사람이 살기에 앞서, 먼저 알아야 될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선과 악을 분별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인간이기 때문에······. 스승님은 저에게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중요한 눈을 주셨어요. 어떤 분에게서 그 가르침을 받으셨는지요? 정말 궁금해요.”

그것이 그렇게도 궁금했어요?”

, 정말 궁금했어요.”

나에게는 큰 스승님이시지, 어떤 외딴 지역에서 외롭게, 양치기를 하면서 살아오신 어떤 할아버지였어요. 마리아가 궁금해 했다니 얘기를 안 할 수도 없고, 얘기가 좀 길어질지도 모르겠는데, 집에는 좀 늦어지더라도 우리 여기 앉아서 마저 얘기하고 가도록 해요.”

. 그렇게 해주세요.”

두 사람은 다시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앉았다.

자리에 앉아서도 한참동안 예수가 아무 말이 없자, 마리아는 옆으로 예수를 쳐다보았다. 예수의 눈에는 눈물이 어려 있었다. 한참 만에 예수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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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안티옥에 가려고 길을 나섰는데 어찌 된 셈인지 중간에 방향을 잘 못 잡아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됐어요. 터어키의 동쪽 끝자락까지 가게 되었던 거예요.

사방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인가는 보이지 않고, 제대로 물 한 목음 먹지도 못하고 지쳐 쓰러져 죽음만 기다리고 있을 때, 양의 무리와 더불어 지나가던 한 양치기 소년이 구해줬어요. 그 소년을 따라 그의 집으로 가서 그의 누나와 할아버지를 만나 그들로부터 얘기를 들었는데 그 속에 큰 가르침이 들어 있었어요.

그 할아버지가 훌륭하신 분이셨나 봐요.”

아니요. 그저 평범한 양치기 할아버지였어요. 그런 할아버지에게서 나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던 거예요. 죽음직전까지 다다른 최악의 상태에서 그들을 만나, 다시 살아나 뭔가를 새롭게 깨닫는다는 것, 그 과정은 정말 신비스러운 일이었어요.

죽음과 깨달음은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았던 거예요. 그것이 부활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누나가 할아버지에 대해서 들려준 얘기는, 할아버지는 평생을 양치기 생활로 살아오신 분으로, 할아버지는 양을 다루는 기술이 특별했다고 했어요. 그것은 양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었어요. 사람은 양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양의 삶을 도와주는 것이라 했어요. 양이 양답게 살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 주는 양치기 법이었어요.

또 양들이 늙어 활동이 둔해졌을 때만 죽여, 껍질은 가죽으로 팔고, 고기는 식량으로 했다 했어요. 그럴 땐 며칠 전부터 할아버지는 양들이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귀에 대고 사랑한다는 말도 하면서 대화를 했고, 머리를 끓어 주면서 그 양에게 극진히 애정을 쏟아 드렸다 했어요. 그렇게 한 것은 양에게 최고의 삶을 주고 싶어 했던 할아버지의 마음이라고 했어요. 양들은 할아버지에게 양털과 젖을 제공해 주었고 할아버지는 양들에게 삶의 기쁨을 주려 하셨던 거예요.

할아버지는 양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는 모든 자연을 사랑하셨다 했어요. 예를 들면 비록 풀이라 할지라도 그것의 가치를 최대한 살려주려 노력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절대로 한 곳에서 오랫동안 양들이 풀을 못 뜯어 먹게 했대요. 왜냐하면 혹시 풀의 뿌리까지 뜯어 먹힐 수도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렇게 되면 풀의 가치는 그것으로 끝나기 때문이죠.

풀은 잎이 자라서 양들이 뜯어 먹을 수 있도록 해 주고, 뿌리만 남아 있으면 또 잎이 자라서 양들이 다시 먹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이것이 풀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인데 할아버지는 이것을 살려주려 자주 양들을 이동시켰다 해요 그리고 손녀 손자인 자신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가르쳤다 했어요.

누나의 얘기 사이에 쉬엄쉬엄 하시는 할아버지 말씀도 가끔 들을 수 있었어요. 할아버지는 양들이 넓은 들판에서 맘껏 뛰노는 것을 볼 때, 제일 마음이 흐뭇했다 했어요. 또 어미가 새끼를 낳고 그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갓 자란 털을 핥아주면서 보살필 때가 제일 보기가 좋았다고 했어요. 그 때가 양들이 정말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라 했어요.

누나의 설명을 들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결국 모든 생물은 이유 없이 태어난 것이 없고 모두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었던 거예요. 그 결과는 양들도 할아버지의 마음도 모두 행복했었고, 만약에 그 광경을 하나님이 보셨다면, 하나님도 흐뭇해했을 거예요. 왜냐하면 할아버지가 자신의 뜻대로 살아줬으니까요. 바로 할아버지의 마음이 곧 하나님의 뜻이었어요. 할아버지는 그 선행(善行)을 인간에게서 배운 게 아니라 자연에서 경험으로 익혀 아셨던 거예요. 아주 크신 할아버지로부터 이어받아 내려 온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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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예수에게 선()에 대해서 가르쳐주신 것이었다. 가르쳐 주신 것이 아니라 예수가 스스로 깨달게 해준 것이었다. 모든 생물에는 제 나름대로의 하나님의 존엄성이 주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것의 가치를 살리려 노력하는 것이 선을 행하는 것이고 선을 행하는 것이 곧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예수는 그 존엄성들 중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제일 중요한 것이라 생각하였다.

이것을 통해서 예수는 자연스레, 유대교 지도자들이 죄를 짓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민중들의 재물을 수탈하였고 그래서 그들의 자유를 빼앗아 선을 행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종교가 이 일을 위해 만들어 졌던 것이다. 그것은 선의 반대, ()을 행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물질적으로 또 종교로서(정신적으로) 인간의 자유를 빼앗아 존엄성을 훼손시켰던 것이다.

존엄성에 의한 선과 악, 이것이 진리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예수가 말을 중단하자 마리아는 스승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은 아주 먼 곳을 향하고 있었다. 마치 먼 곳의 할아버지를 찾기라도 하려는 듯이······.

잘 들었어요. 얘기가 단순한듯하면서도 의미 깊은 내용 같아요.”

마리아의 말에 예수가 잠에서 깨어나듯

그 때의 그 체험에, 내 마음은 하늘로 붕 뜨는 기분이었어요. 그때까지 내 속에 잠재하고 있던, 말로 표현할 수 없어 맺혀만있었던 그 무엇이 할아버지의 얘기를 듣는 순간, 내 마음이 할아버지의 마음에 공진을 일으켰던 거예요. 기분이 이상했어요. 내가 그때까지 그토록 세상을 헤매고 다녔던 것이 꼭 그것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까지도 하게 됐어요.

그리고 내 눈에는 이상하게도 할아버지와 남매가 신비스런 사람들로 보였어요. 예루살렘에서 그 많은 사람들을 보아왔지만,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사람들이었어요. 왜 그렇게 보였을까요?” 그 차이가, 다른 점이 무엇일까요?“

답을 맞히면 또 마리아는 정말 똑똑해요라고 하실려구요?”

이때까지는 똑똑했지만 이번엔 모를 수도 있어요.”

! 제가 뭐 어린 아인가요? 그것도 모르게······”

예수는 빠짐없이 모든 것을 마리아에게 알려 주고 싶었던 것이다. 혹시나 싶어 일부러 물어 본 것이다. 또 막힘없는 마리아의 대답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질문인데 설마 이런 것 까지도······”

제가 이래 뵈두요, 스승님이 가지신건 죄다 제 머릿속으로 옮겨다 기억해 뒀거든요. 놀라셨죠?”

그래요? 정말 놀랄 일인지 어떤지 일단 대답이나 해봐요.”

예수가 재촉하듯 머리를 끄덕이며 마리아를 쳐다보자 마리아는 대답은 않고 예수와 눈을 맞추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질문을 했다. ‘답을 맞히면 상을 주실 건가요?’ 예수가 알았다는 듯이 미소로 화답했다.

마리아는 스승님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 언제나 신나는 일이었다. 그것은 또한 스승님을 행복하게 해드리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마리아가 선 듯 대답 않고 뜸을 들이는 것은 서로가 행복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길게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마리아의 입이 열렸다.

제 생각을 말씀드려 볼게요. 스승님이 그때까지 보아 온 사람들은 한 종류의 사람들뿐이었어요. 예루살렘에서 유대교를 믿는 유대인들이죠. 스승님이 관심을 가지시고 자주 보아 온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확실한 정체는 모르셨던 거예요. 그것을 알려면 또 한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셔야 했어요. 그 사람들이 바로 전번에 만나셨던 그 할아버지와 남매들이었어요. 그들은 유대인들의 정체를 아는 데는 꼭 만나봐야 할 그런 사람들이었어요. 왜냐하면 세상을 알려면 반쪽이 아닌 전체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 사람들이 유대인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어요?”

예수가 마리아에게 계속 질문하는 것은 스승의 따뜻한 배려였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사랑하는 제자로 하여금 마음껏 기쁨을 누리도록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스승님은 거기서, 태초에 피조되어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자연(인간도 자연의 한 부분)의 본성을 보신 거예요. 그것은 인간의 지식으로 판단해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속에 스며있는 본능이 작용한, 자연 그대로라 볼 수 있어요. 그 마음은 모든 생물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가치를 살려 주려한 선한 마음이었어요.”

조금씩 가까워지던 두 사람의 간격이 거의 붙은 상태가 되자, 예수가 말은 않고 오른 팔을 돌려 마리아를 옆으로 감싸 안았다. 제자가 눈을 지그시 감고 스승의 품에 기대어 있는 이런 모습은 나중에 예수 사랑의 심벌이 되었다.

마리아의 마음은 오래도록 스승님과 같이 있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것이 아니란 걸 알고 다시 살며시 자세를 바로 하면서

제가 이전까지 알고 있었기는, 스승님은 다른 랍비들처럼 배운 것도 없으신 분 같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큰 깨달음을 얻었을까 하고 늘 궁금해 했었는데 오늘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모든 의문이 다 풀렸어요. 스승님이 우연한 기회에 낯선 곳에서 그 할아버지를 만난 것은 바로 하나님을 만나셨던 거예요. 할아버지가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선()한 목자이셨으니 할아버지는 이 세상의 하나님이셨으며, 그를 통해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고 또 그것은 오랜 시간동안 많이 배워서 터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회에 불현듯 온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때까지 그 한 순간을 위해 무엇인가 정신적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맞았어요. 깨달음은 한 순간에 온다는 그 말이 맞아요. 마치 거대한 바다의 노도처럼······. 내 몸이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그런데 정신적인 준비란 게 무슨 뜻인지 말해줄 수 있어요?”

예수가 빙긋이 웃음을 머금고 쳐다보자 마리아도 같이 쳐다보며 웃었다. 마리아는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서로 마주보는 눈빛에서 답을 주고받고 했기 때문이다. 예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마리아도 다 알고 있겠지만, 정신적인 준비에 대해서 꼭 한 번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요.

내가 어느 날 예루살렘에 볼일보고 오후 늦게 마리아집에 와서 처음으로 숙식하든 날, 언니 마르다는 그 첫날부터 알았지만 마리아는 세 번째 유하든 날, 그날 처음으로 보았어요. 그날 사랑방에서 마을 주민 몇 분과 산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을 때, 마리아가 살그머니 와서는 몸은 문 뒤에 숨기고 얼굴만 보였어요. 예의를 아는 사람이라면 어른들 말씀 나누는데 처녀가 엿듣는 것은 잘못하는 거예요. 그러나 나는 이내 그렇게 된 이유를 알았어요. 나는 얘기를 하면서도 눈은 내내 마리아의 표정을 살폈어요. 나는 마리아가 처음에는 당돌하다고 생각했으나 산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는 괜찮은 여성이다 생각했어요. 총명하게 보이는 여성이 산을 좋아한다면 나로서는 관심이 안 갈 수 없는 일이지요. 내 몸은 방 안에서 손님들과 대화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온통 문밖의 처녀에게 빠졌어요. 결국에는 어쩌면 이 처녀가 나의 구세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어요.”

맞았어요. 저도 그 때 두 번째 오신 날, 언니한테서 스승님이 보통분이 아니시란 걸 들어 알고, 그날 관심을 가지고 문밖에서 말씀을 듣게 된 거예요. 무례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날은 정말 정신없이 들었어요.”

그랬군요. 나는 마리아를 두 번 만나자 마자, 그때 벌써 마리아가 준비된 사람이란 걸 알았어요. 사람 한사람 만나는 게 그렇게 힘이 드는구나 하고 뼈저리게 느꼈어요. 준비된 사람에겐 한 순간에 알아보게 되고, 준비 안 된 사람에겐 끝까지 안 된다는 것도 그 당시에 처음 알았어요마리아가 바로 나에게는 그 준비된 사람이었어요. 그때 내가 마리아를 만난 것이 혹시 이게 꿈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 적 있어요.”

저는 스승님이 그 할아버지를 만나셨던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까 할아버지의 마음이 곧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신 말씀이 제 마음에 크게 와 닿았어요. 말씀 고맙습니다. 그런데, 얘기를 처음 시작하실 때, 마음이 조금 울적해 보이셨는데 왜 그리셨어요?”

예수가 머리를 끄덕이고는

거기서 사흘을 머무는 동안 그 세분들과 정이 많이 들었던가 봐요. 그들의 모습이 머리에 떠오르자 눈물이 났어요. 내 마음은 그들과 거기서 오래도록 같이 살고 싶었어요. 내가 떠나올 때 그들의 눈들이 애절하게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같았어요. 정말 헤어지기 쉽지 않은 분들이셨어요.

오는 도중에, 가면서 먹으라고 싸준 주먹밥을 대할 때마다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는지 몰라요.”

스승님은 그들뿐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분이세요. 그 정(), 그 사랑()이 너무 많으신 분이세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고마워요. 모든 일에는 마리아가 큰 힘이 되어주고 있어요.”

얘기가 끝나자 모든 것이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예수의 마음 한 구석에서 또 하나 확인하고 싶은 것이 새삼스럽게 고개를 쳐들었다.

마리아, 그러면 마지막으로 딱 한 가지만 더 물어볼게요. 내가 만약에 십자가에 매달려 죽게 된다면 그 죽음의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해요? 알고 있는 대로 대답해 줘요.”

의미심장한 물음이었다. 과연 무슨 의미가 될지 예수는 마지막으로 마리아에게서 확인하고 싶었다.

마리아가 금방 대답을 못하고 한참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진리를 위해서······. 아무도 모르는 그들, 세상 사람들(대제사장, 서기관들)의 죄를 스승님이 밝히시는 것이에요. 그들이 짊어지고 있는 원죄를 말이에요. 반대로 스승님은 사랑을 보이시는 거구요. 그 중에서도 참 사랑을 말이에요. 십자가 사건이 있게 되면 그것은 이 둘(선과 악)을 동시에, 만천하에 밝히는 선포라 생각해요. 스승님은 사람들을 가르치고 깨우치어, 종이 주인이 되게 하여 삶에 생기를 주시려는 거구요. 그들은 단지, 사람들을 반복적인 학습을 통하여 세뇌시켜, 자신들의 말을 믿게 하고 순종하게 하여 영원히 종으로 삼게 하려는 것이에요. 스승님은 이성(理性)이요 현실이지만, 그들은 환상이요 허구입니다. 그들은 사적으로 탐욕에 사로잡힌 이기심이요, 스승님은 더불어 함께하는 이타심이구요. 그들은 사람이 만든 규범에 따르지만 스승님은 자연의 가르침에 따르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리 때요, 스승님은 선한 목자십니다. 스승님은 세상의 주인공이시고, 그들은 나쁘긴 하나 주인공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아니 될 조연입니다. 스승님! 이것을 가르쳐 주신 스승님께, 제가 어떻게 하면 그 은혜에 보답할 수 있겠는지요? 말씀해 주세요.”

느릿느릿, 힘에 겨운 듯 한 마리아의 말이 끝나자 예수는 마리아를 와락 껴안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마리아가 이렇게 자신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음에 감격하였던 것이다.

! 마리아, 사랑하는 마리아! 내가 우리들의 하나님을 보았듯이 마리아는 나를 보았도다. 그것이 내게는 보람이요, 최고의 기쁨이에요. 정말 고마워요.”

예수는 너무 감격하여 처음으로 마리아라는 이름 앞에 사랑하는이라는 형용사를 붙인 것이다. 이 순간에, 마리아를 통해서 느껴지는 흐뭇함, 진한 참 사랑의 환희를 맛보았던 것이다. 인간의 존엄이 여지없이 뭉개지고 찾아보기 힘든 세상에서 신이 인간에게 귀하게 준 그것을, 두 사람은 가치대로 살린 것이다.

스승님, 제가 어떻게 해서라도 스승님을 부활시켜드리겠습니다.”

마리아의 진심이었다. 스승님의 결심에 따라 육신은 어쩔 수 없지만 스승님의 정신만은 꼭 살려드리고 싶었다. 그러자 예수가 마리아를 안고 있는 팔에 힘을 주며 또 말하였다.

내가 마리아를 만나지 못 했더라면 나는 살 수 없었음이야. 마리아가 나를 살렸어요. 이제 우려했던 일들이 다 해소되었음은 모두 마리아 덕분이야, 이제는 다 이루었도다. 내가 스승의 할 일을 제대로 했음이야. 이제부터 마리아는 나의 제자가 아니라 나의 친구에요. 마리아! 정말 고 마 워 요.”

마지막 말은 감정이 북 받혀 더듬거리는 것이었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신에게 꼭 필요한 사람을 만난 것이다. 예수와 마리아, 두 사람은 서로가 그런 사람들이었다.

예수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한 가지, 가치 있는 일을 했다면 그것은 똑똑한 제자, 한 사람을 남겼다는 것이다. 사랑이 이렇게 남겨져 이어갈 때, 그것이 참 사랑인 것이다. 예수는 이제 마리아에 의해서 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영원한 생명을·······

눈물이 어리어 똑똑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예수의 눈에 보인 것은 그 때까지 그들을 지켜보고 있든 저 건너편, 서산마루에 걸쳐있던 해가 하루 일을 마치고, 이제는 뉘엿뉘엿 산 너머로 넘어 가고 있는 것이었다.

해가 노을이라는 아름답고도 은은한 배경과 장밋빛 색깔로 그들, 사랑의 마지막을 축복해 주었던 것이다.

 

/고맙습니다. 하나님! 당신의 도움으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리아를 만나 정말 행복했습니다./

 

지상에서 최고의 행복을 누린, 예수가 혼자한 말이었다.

 

23 예수의 가르침

-2 향유냄새가 집안에 가득하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