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탈이 나다
배탈이 나다(꽃님이 자동차 사고를 내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잘 나갈 때도 있고, 사고를 낼 때도 있다.
재미있을 때도 있고 재미없을 때도 있다.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은 일은 왜 생기는 것일까?
알아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발생하는 모든 일이 서로서로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일을 경험하는 것은 더 낳은 것을 찾아 가지라는 뜻인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가지고 있다가, 적당한 때에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어야 되는 것이다.
(1) 배탈이 나다
산 Mountain, 너는 내가 언제나 다가가고 싶고 가까이 하고 싶은, 엄마의 품과 같은 곳이다.
이 근처 사람들은 너를 ‘국사 봉’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그냥 산(山)이라고 부를게.
내가 너를 좋아하는 건, 네가 바로 내려다 볼 수 있는 아래쪽 길 건너 맞은편 카페 앞 벤치에 앉아, 너를 똑 바로 바라보고 있으면 그냥 내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야. 더군다나 이제는 네가 그 중턱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진달래를 보살펴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 좋아할 수가 없고나.
그런데 요 며칠간은 너 보기가 싫어지더라고 왜냐고? 날씨가 너무 추웠기 때문이야. 날씨가 추울 때는 너를 바라보기만 해도 몸이 더 추워지더라고. 이런 중에 나에게 추위보다 더 큰 일이 하나 터졌어요.
코로나 때문에 연말연시 약 1주일 동안 카페가 문을 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한참 아래쪽에 멀리 있는 마트에서 라떼를 자판기에서 뽑아들고 카페 앞에 가서 먹곤 했어요.
사흘째 되던 날, 12월 30일에도 자판기에서 카페 라떼를 뽑고 있는데, 마트마담이 뒤에 와서는 맛있게 해준다면서 엄지손가락만한 크기의 가루우유와 시럽을 믹서해 줬어요. 그걸 가지고 산 아래쪽 카페 앞에 와서 맛있게 먹었지. 생각을 깊이 하면서 말이야.
그 무렵이 쓰고 있는 글의 마무리 부분을 쓰고 있었는데, 그럭저럭 써놓긴 했지만 통 마음에 시원하게 보이질 않았어요. 그래서 그 부분을 어떻게 잘 처리할 수 없을 까 하고 고심하고 있었던 때였어요.
그 날도 라떼는 떨어진지 오래 되었고 서산의 해는 뉘엿뉘엿 산 너머로 숨어가고 있는데, 별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가야만 했어요.
그런데 문제가 집에 가서 크게 터진 거예요. 먹을 땐 괜찮았는데 집에 가서 조금 있으니 배속이 뒤틀리고 그날 먹은 거 전부 토해내고 말았어요. 춥기도 하여 이불 덮어쓰고 꼼짝 못하고 누워서, 그날 밤을 잠도 제대로 못자고 치세웠어요.
웬만해서는 병원에는 가지 않는 내 성격이지만, 아침이 되어 가만히 생각해보니, 계속 누워있을 수만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선 아픈 것은 낳고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읍내 종합의원으로 갔어요.
의사선생님이 어떻게 왔냐고 묻길래
“어제 마트에서 라떼를 한잔 뽑으면서 거기에 가루우유 한 봉지와 시럽을 섰어먹었는데, 그 가루우유가 발단이 된 거 같습니다. 변질되었던 게 아닌가 생각해요.”
하니까 의사가 두 손가락으로 두터운 내 잠바 위 아래쪽 배를 두 번 꾹꾹 찔러보더니
“배탈이 난게 맞네요. 주사 한 방 맞고, 약을 처방해 드릴 테니 받아가서 드셔 보세요.”
약봉지가 모두 6개였었는데, 4개를 먹고 나니까 벌써 다 낳은 것 같더라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의사선생님이 보통 사람이 아닌 거야. 어떻게 손가락 2개로 꾹꾹 찔러보고는 내 뱃속의 상황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었는지 정말 신기한 일이었어. 옛날처럼 청진기로 짚어보던가, 온도를 제어 보던가, 아니면 눈알을 뒤집어보던가 하는 이런 것은 전혀 없었으니 말이야.
날씨가 워낙 추워서 조금 무리한다 싶어도 대신 무장을 단단히 해서 나온 덕에 어제 오늘 1월 1일과 2일, 새해를 너를 보면서 맞이하게 되었구나. 다행스럽게도 어떻게 알았는지 캉폐두목이 어제도 오늘도 라떼를 갖다 줘서 잘 먹었고 기분도 좋아, 애를 써서 이것저것 많이 생각해 해보지만 글은 영 진전이 없어요.
내 친구 진달래에게 물어보면 이런 거쯤이야 금방 해결책을 알려주련만, 봄이 오려면 아직도 3개월 정도 기다려야 되니 그렇게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고````
대충 지금 쓰여 진 상태로 끝낼까도 싶지만, 글이라는 게 마무리가 잘돼야 전체 글이 살아난다고 생각하면 그렇게도 할 수 없고, 정말 진퇴양난이네 화끈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방법이 전연 없는 건 아니지롱.”
“아니 지금 산 네가 말한 거니?”
“`````”
“한 번 더 말해봐, 그러면 지금까지 내 혼자 했던 말을 다 듣고 있었던 거야?”
“네가 진달래의 친구라는 건 그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 진달래가 나의 친구니까 너는 나의 친구이기도해. 그래서 내가 관심을 두고 보고 있는 거야.”
“그런데 이상하다. 그동안 우리가 수없이 마주했으면서도 대화한 적은 한 번도 없었잖아, 나는 네가 벙어리인줄 알았어요.”
“맞아. 대화한 적은 없었지만 나는 벙어리는 아니야”
“그러면 왜 그랬어? 왜 지금까지 말을 안 한 거야?”
“너하고는 대화하지 말라고 진달래가 시켰기 때문이야. 말을 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 아니었지만 그 동안 꾹꾹 참고 지내왔던 거야”
“진달래가 왜 말하지 말라고 했을까? 이상하네.”
“그건 지금 말 할 수 없어요. 어쨌든 너도 오늘 나하고 대화한 걸 나중에라도 진달래에게 얘기하면 안돼요. 알았지?”
“알았어. 얘기 안할게, 그런데 지금은 왜 숨기면서까지 대화를 하려는 거야?”
“그냥 참으려고 했는데 더는 참을 수 없는 강한 충동이 생겼던 거야, 너의 얘기를 듣고 나서 말이야.”
“그 충동이란 게 뭐였어?”
“네가 애타게 찾고 있는 그 방법 때문이야.”
“아니 지금 그 글의 마무리를 얘기고 있는 거니?”
“그래, 멋지게 마무리 할 수 있는 좋은 방법 말이야.”
“그런 게 있었으면 진작 말해줬어야지 그것 땜에 내가 요즈음 얼마나 고생하고 있었다구. 그래 지금도 괜찮아 빨리 얘기해줘. 그 방법이란 게 뭐야?”
“그게 중요하다면서 그냥 맨 입에 되겠어?”
“맨 입에 안 된다고? 알았어. 라떼 한 잔 대접할게 됐지?”
“씨! 나는 진달래 하고는 급이 다르단 말이야. 라떼로는 어림도 없어요.”
“그럼 아주 달콤한 바나나도 한 송이 보너스로 줄게, 그러면 됐지? 이제 말해줘.”
“내가 바라는 건 그런 먹는 게 아니란 말이야.”
“먹는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뭐란 말이냐? 장난감을 말하는 거니?”
“장난감 같은 그런 유치한건 더욱 아니야. 나는 고상한 걸 좋아한단 말이야.”
“고상한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디 속 시원히 얘기해보란 말이야. 답답해 죽겠네.”
“놀라지 마, 내가 좋아하는 건 말이지 음````, 음악 듣는 거야.”
“그건 안 돼 나는 노래를 잘 못한단 말이야 그러니 다른 걸 얘기해. 다른 건 다 들어줄 테니까.”
“너더러 노래를 하란 게 아니야. 요 근래 주위가 조용하고 바람이 세게 불 때, 가끔 바람결에 색소폰 노래가 들리더라고, 그래서 어디서 나는 소린가 하고 살펴봤더니 길 건너 카폐에서 흘러나오는 거였어. 내가 바라는 건 바로 그 색소폰 연주를 듣고 싶은 거야. 이제 알아들었어?”
“가끔 들린다는 그 연주를 그냥 들으면 됐지, 일부러 따로 들을 필요가 뭐있어?”
“내가 듣고 싶어 하는 곡이 하나 있단 말이야. 그 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네가 좀 주선해 달라는 거야. 너는 그 카폐에 종종 들리잖아.”
“그 곡의 이름이 뭔데?”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곡이야. ‘사랑하는 그대에게’라는 곡이야.”
“글쎄, 내가 한 번 얘기는 해 보겠지만`````, 또 잘 연주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그런데 네가 그 곡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은데, 특별한 사연 같은 거라도 있는 거야?”
“그래 있어, 다 얘기하자면 길고, 간단히 얘기할게. 듣고 나서 나를 조금이라도 이해해 준다면 고마운 일이고. 옛날에 우리 산들이 집단으로 모여 사는 큰 동내가 있었어요. 그 전까지 화목하게 잘 지내오다가 어느 날 큰 싸움이 벌어졌어요. 원래 우리 산은 수놈보다 암놈이 수가 적었어,
그래도 그 때까지는 잘 지내왔는데, 어느 날 수놈 몇이 난을 일으킨 거야. 큰 수놈이 다른 산을 덮쳐 버리면 거기에 깔린 웬만한 산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거야. 그런 때에 내 가까이에 내가 좋아하는 암놈 산이 있었는데,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서 그 북새통에 도망쳐 달아났어요. 오는 도중에 그녀가 갑자기 우리는 헤어져야만 한다고 하면서 딴 길로 가버렸어요. 왜 헤어져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체 말이야.”
“아니, 산도 암놈 수놈이 따로 있다는 거야? 거참 신기하네. 그리고 너 혼자 짝사랑한 거 아니야?”
“그래 있어, 수놈은 산꼭대기가 뾰족하고, 암놈은 산 꼭지 모양이 둥그랗게 생겼고 중앙부분이 움푹 패어있어. 나는 중간 크기의 수놈이야. 그리고 나 혼자 짝사랑한 건 아니야 크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나를 은근히 좋아한 건 틀림없었어.”
“네 얘기를 듣고 보니 생각이 나네. 내 고향, 날뫼 앞에도 산이 하나 날아오다가 떨어졌는데. 그 산이 지금의 달성공원이 됐다는 거야.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산은 틀림없는 암놈 산이야, 왜냐하면 가운데가 분지처럼 움푹 패여 있거든. 혹시 너와 헤어졌다는 그 암놈 산일지도 모르잖아? 언제 내가 대구 갈일 있을 때 한 번 물어봐 줄까? 혹 ‘국사 봉’이라는 이름 가진 산을 아느냐고?”
“아니, 알려고 하지마. 알아도 소용없는 일이야. 우리에게 남은 것은 실낱같은 마음뿐이야. 우리는 이렇게 떨어져 사는 것이 운명인 것 같아. 나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잊으려고 노력하면서 살고 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우리들의 운명이라기 보단 본질적으로 우리 산들의 운명인 것 같아요. 산은 태초에 얼마까지는 사랑이 허용되었지만, 지구에 질서가 잡히고 산이 한 곳에 고착이 되면 그 감정표현이 어렵게 되는 거였어요. 그녀는 그 때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나중에 크게 상처받을 것을 생각해서 우리들의 사이가 더 깊어지지 않도록 노력한 것 같아요. 그래서 나도 지금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란 걸 알고, 깨끗이 잊으려고 하고 있는데 요 근래 가끔씩 바람결에 색소폰소리가 들리는 날이면, 울컥 그녀가 생각나는 거야. 그래서 이젠 잊기가 아주 어려워 졌어요. 이럴 바엔 차라리 노래 부르고 싶을 땐 노래 부르고, 듣고 싶을 때 ‘사랑하는 그대에게’를 들으면서 마음만이라도 더 아름답게 가꾸어 가려고해.”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이지만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듣고 보니 그리움이 쌓여가는 사연 같네. 어째 내가 자꾸 슬퍼지려고 하네. 그러면 지금은 사랑도 없는 너희 산들의 행복은 어디서 생겨나는 거니? 행복이라는 게 아예 없는 거니?”
“여기에 삶의 터전을 잡고 있는 모든 동식물에게 보금자리와 재미있는 놀이터가 되어주고, 가끔씩 사람들이 찾아와서 맑은 공기 마시면서 심신을 건강하게 하여 갈 때 기분이 좋아서 흥얼거리거나 노래 불러줄 때가 제일 마음이 흐뭇해. 결국 나와 여기서 살아가는 모든 동식물은 사람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야. 이것이 우리의 운명이야. 그러니 사람들, 누구라도 살아가는데 필요한 건강과 지혜를 이 산에서 찾아 가지라는 것이야. 그러나 가끔씩 불안할 때도 있어. 사람들이 모텔이나 아파트를 지으면서 이 산을 조금씩 깎아내는 거야. 우리가 여기서 쫓겨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슬픈 일이야.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봐. 그러면 한 가지만 더 물어볼게, 왜 하필 그 ‘사랑하는 그대에게’를 듣고 싶어 하는 거야? 다른 노래도 많잖아?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거니?”
“분명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야. 그 전에 어떤 사람이 여기에 등산 와서 부르기에 들어보니까 어쩐지 그녀가 어떤 사람들에 영감을 주어 곡과 가사로 우리 사이를 노래로 만들어 널리 퍼뜨려, 결국은 나에게 까지 들리도록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야. 그래서 내가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있도록 말이야. 그리고 그런 곡과 가사에는 색소폰이 제격이라고 생각했고. 또 여기 발붙이고 살아가는 동식물들도 그 노래를 들으면 사라져 가던 옛 감정을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어쨌든 이 일은 내가 새로운 삶을 그 노래를 들으면서 시작해 보려는 것이니까 중요한 거야 그러니 네가 신경 좀 써줘.”
“그 동안 가끔씩 흘러나오는 색소폰 노래를 들어 봤다면서 거기서 ‘사랑하는 그대에게’는 들어 보지 못했어?”
“여태 한 번도 못 들어봤어. 다른 곡들은 몇 번 들어봤는데,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넘쳐나 아주 좋더라고, 어설프게 잔 기교부리는 거에 비하면 훨씬 좋았어요. 가끔 가슴 속을 파고드는 맛도 있고요. 좋은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야. 내가 직접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게 조금 흠이긴 하지만 그 밖의 분위기들은 그 ‘사랑하는 그대에게’를 연주하는 데는 최적의 좋은 조건이야 그러니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거야. 내가 너에게 말을 꺼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너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것은 핑계였고, 진짜는 내가 ‘사랑하는 그대에게’를 꼭 한 번 듣고 싶었기 때문이야. 너를 속인 건 조금 미안하게 됐지만 말이야, 이해하라고.”
“알았어. 그러면 이제 얘기는 다 끝난 거니? 그럼 내 문제는 어떻게 되는 거야?”
“물론 그 문제는 내가 해결해 줘야지. 이런 때에는 라떼 한잔 먹고 다시 시작해야 되는데`````”
“그럼 지금 라떼 한잔 배달해 달랠까?”
“아니 오늘은 됐어. 오늘 같은 날에는 내가 대접해야 되는 거야. 내가 진달래만큼 아는 것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알고 있는 것이 적지는 않아요. 필요할 땐 언제든지 라떼 한잔 받아놓고 나를 불러 알았지? 그리고 참, 거듭 부탁하지만 오늘 있었던 일은 절대 진달래에게 말하지 마 알았지?”
“알았어, 그런데 왜 그렇게 진달래에 겁을 내는 거야? 무슨 잘못한 거라도 있니?”
“잘못한 건 없지만, 어쨌든 진달래는 우리 숲의 여왕이야 나는 기껏 돼봐야 여기 산 두목이야, 그것도 진달래가 없을 때라야 두목이지 진달래가 오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야.”
“어떻게 진달래가 여왕이 된 거야? 투표라도 한 거니?”
“여긴 투표 같은 건 없어 진달래가 우리들의 생명을 이어가게 해주기 때문이야. 우리가 너무 추워서 얼어 죽을 수밖에 없을 때, 그녀가 훈훈한 봄바람을 몰고 와서는 우리들이 긴 잠에서 깨어나게 해주고, 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거야. 그래서 가을까지 각기 아름다움을 만들어 뽐낼 수도 있고, 또 결실도 맺어 보람을 느끼면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거야. 진달래가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만약에 진달래가 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활력이 없어 살아 있어도 죽은 산이야.
그럼 이제부터 너의 문제를 슬슬 시작해 볼까? 너의 문제가 대통령탄핵사건을 어떻게 화끈하게 정리하느냐 이었지?”
“그래 맞아.”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거기에 깔끔하게 라는 형용사가 하나 더 붙어야 되는 거야.”
“맞아, 깔끔하고 화끈하게 정리하는 것, 맞아 그게 좋겠네.”
“그 말은 이치에 맞고, 명확하고, 간결하여 누구나 쉽게 이해가 되어 공감할 수 있도록 정리해야 된다는 말이겠지?”
“맞아, 맞아. 너는 외따로 떨어져 있어 세상 문제는 모르는 줄로만 알았는데 제법 아는 것 같다?”
“내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위에 있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거야 알아?”
“맞아 그런 것 같기도 하네.”
“네가 얘기 처음에 나한테 배탈이 나서 의원인가 어딘가에 갔다고 했지?”
“아포읍에 있는 종합의원에 갔었지.”
“네가 거기 다녀온 후 그 이튿날 바로 배탈이 낳았다고 했지? 결국 그 배탈은 누가 낳을 수 있게 했던 거야?”
“그야 의사가 한 일이지. 그런데 시시한 그런 거는 왜 자꾸 물어보는 거야?”
“그게 시시한 게 아니야, 그 배탈은 의사와 너, 두 사람의 협력으로 낳을 수 있었던 거야. 만약에 그 정도를 따진다면 네가 더 비중이 커요.”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즉 그 배탈은 네가 정보를 정확히 제공했기 때문에 낳을 수 있었던 거야. 의사는 단지 네가 제공해준 정보의 내용과, 평소에 자기가 외어두고 있는, 많은 병명들 가운데서 의미가 같은 걸 대조시켜 찾았을 뿐이야. 그 정보내용과 맞는 병명을 골라 거기에 적혀있는 처방대로 하여 약을 지어준 거야. 만약에 그 병명과 처방이 모두에 공개되어 있는 것이라면 너 혼자 집에서도 병명을 알 수 있었던 것이고, 거기의 처방대로 약국에 가서 약을 사먹으면 낳을 수도 있었어. 이 말은 의사가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야. 단지 간단한 병명은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공개되어 있으면 편리하다는 말이야.”
“그래서 결국 그 정확한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는 것을 얘기하려는 거 아냐? 그런데 그것이 내 문제와 무슨 관련이 있어?”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관련이 있어요. 만약에 네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의사는 여러 단계의 진찰을 수행하면서 애를 먹었을 테고, 그렇게 한 대두 정확한 병명을 찾기란 쉬지 않았을 거야.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가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있게 했고, 또 다음 순서 즉 처방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는 것이야. 이런 진행과정에서 병명을 죄명으로 바꾸면 그 과정이 심판에도 같이 적용된다는 것이야.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병명은 의사들만 알고 있지만 죄명은 이미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가 되어 있기 때문에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누구나 볼 수 있다는 것이야.”
“그러면 내가 집에서 죄명도 밝힐 수 있다는 말이냐?”
“맞아 그거야. 그리나 죄명을 알려면 무엇보다도 정확한 정보를 만드는 거야. 그래서 그것으로 그 내용에 부합한 죄명을 찾을 수 있고, 거기에는 처벌규정까지 붙어 있으니 복잡하고 거창하게 보이는 대통령탄핵심판과 관련된 재판관들을 심판하는 일도 너 혼자 집에서도 다 할 수 있다는 거야. 이해 돼?”
“응 대체로 이해는 되는데 그 중요하다는 정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집할 것인지 그게 조금 걱정이 되네.”
“맞아 그게 중요한 거야. 그 정보만 잘 수집하여 정리한다면 그 뒤는 쉽게 풀릴 수 있어. 내가 방법을 가르쳐줄테니 한 번 혼자서 해봐. 먼저 빈 종이 2장을 앞에 놓고, 왼쪽 종이에는 탄핵심판에 관계있는 헌법과 심판절차에 필요한 헌법재판소법을 적어놓는 거야. 여기의 헌법에는 헌법재판소의 구성과 역할 등 목적을 명시한 것도 있으면 좋아요. 왜냐하면 이것이 되어있지 않으면 중요한 심판에서 재판관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기에 이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야.
헌법재판소법은 심판절차에 꼭 필요한 법이기도 하지만 또한 헌법을 구체적으로 실현해가는 법이야. 또 한 가지는 만약에 재판관들이 헌법을 어겼을 때 처벌할 수 있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야. 원래 헌법은 어겨도 죄명이 없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지만, 이럴 때 재판소법이라는 법률이 헌법에 곁들어 있으면 처벌이 가능하기도 해. 이 정도로 왼쪽은 준비가 된 것이고, 오른쪽 종이에는 재판관들이 심판 도중에나 마지막에 작성한 결정문 등에서 의심해볼만한 사실들을 몇 개 적어보라구. 즉 범죄행위가 될 만한 것들을 적어보라고.
양쪽을 다 마쳤으면 왼쪽과 오른쪽을 대조해 보라구, 왼쪽을 심판에 필요한 매뉴얼이라고 생각하고 재판관들의 행위가 매뉴얼에 맞게 실행했는가를 살펴보라는 말이야.”
“그러고 보니 재판관들을 심판하는 것이 간단한 것 같기도 하네. 매뉴얼을 펼쳐놓고 절차에 따라 진행하면 되는 것이네. 재판관들이 행한 사실들과 대조해해 가면서 말이야. 어긋나는 것이 발견되면 그것이 정보가 된다는 말이고, 또 그것이 범죄행위가 된다는 말이지?”
“맞아.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냐. 중요한 일이 하나 남아있어.”
“뭔데?”
“중요한 것은 메뉴얼과 재판관들의 행위를 대조한데서 얻은 정보는 범죄 사실들을 정리한 것이고, 그 정리한 정보를 모든 죄명이 적혀있는 형법에 적용시켜, 사실을 진실로 바꾸는 작업이야. 죄명을 찾아 진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야. 그 죄명에는 처분내용까지 붙어 있어, 그것에 따르면 그것이 병원에서 처방에 해당되는 것이고, 그것으로 심판은 완성이야. 할 수 있겠어?”
“별로 크게 어려울 건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어쩐지 마음이 조금 겁이 나기도 해. 대충 방법은 알았으니 어쨌든 한번 시도는 해 볼게.”
“그래. 해봐. 이런 식으로 하려는 이유는 법을 무기로 삼아 앞세우는 것이 유리할 것 같아서야. 그리고 재판관들의 헌법위배행위는 단순히 일반인들의 법위배정도는 비교가 안 되는, 국가의 법치가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잘못되면 바로 국가질서가 무너지는 것이야. 중요한 사건이니 신경을 써서 잘 해보라고. 만약에 하다가 어려운 일이 생기면 나를 또 불러 바로 올 테니까. 그 때에는 라떼 한 잔 대접해야 돼. 알았지? 그럼 이만 가볼게. 안녕.”
“그래 잘 가. 고맙다.”
/산, Mountain 국사봉, 너는 좋은 친구야. 가끔씩 아파보는 것도 득이 된다는 것을 가르쳐줬으니 말이다. 봄이 오면 너에게 한 번 찾아갈 거야. 그래서 양지바른 곳에 누워서 포근하게, 너의 품에 안겨보고 싶구나.
그래, 진달래 몰래 말이야. 그건 걱정하지 마/
어떤 시골사람이 어쩌다 차를 몰고 생전 처음 서울 에 가게 되었다. 서울에 와보니 주위 환경이 시골과는 완전히 딴 세상이었다. 사방에서 차들이 자신을 포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회전을 하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차가 불쑥 나타나니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금방에라도 사고가 날 것 같아 잠시도 마음 편하지 못하고 긴장 속에서 헤매다가 겨우 일을 마치고 한숨을 돌리며 귀가 길에 오르자, 서울에서의 하루 일이 꿈같이만 생각되었다.
어쨌거나 사고를 일으키지 않고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큰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자신의 운전기술로는 사고를 일으켜도 3~4번은 됐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이 우연이었을까? 아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서울 운전기사님들의 운전 솜씨가 뛰어났던 것이고, 그들이 자신의 운전이 미숙하다는 것을 알고, 배려해준 덕분이라고 생각되어지자 그들이 한없이 고맙게 생각되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차를 가지고 있고 운전을 하게 된다. 어쩌면 그것이 지금은 생활의 일부분이 돼버린 것이다.
차를 운전한다는 것이 내가 편하게 빨리 길을 찾아간다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이 과정에서도 혹 주위에 초보운전을 보면서 남을 배려해줄 수도 있는 운전을 할 수 있다면`````하고 생각해 본다. 이러자니 이것이 운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듯하니 다른 일들도 많이 알아야겠다.
운전한다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앞에만 보고 달려갈 것이 아니라 좌우도 살펴야 되고, 바로 앞은 물론이고 먼 곳까지도 봐야한다. 물론 뒤쪽도 살펴야 한다. 따라오는 차가 추월을 하려한다면 우회전 신호를 넣어 도와줘야 한다. 그러면 그 차는 깜빡이를 하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보내준다. 이런 작은 일에도 흐뭇한 마음이 생겨난다면 그 사람은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봐야한다. 이런 일이 운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기에 다른 것들도 많이 안다면 그만큼 많이 기분이 흐뭇해질 때가 생기는 것이다.
이런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도록 창조되어 있고, 내게 상대되어주고 내게 흐뭇함을 안겨주는 것이 자연, 식물들이고 짐승들이고 사람들이다.